도시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루에디 바우어(Ruedi Baur, 1956~ )는 디자인은 “도시 환경의 변화를 담아내며, 그 변화의 과정을 전달함으로써 도시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새롭게 개발된 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며 자신은 방향표식과 정보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루에디 바우어는 프랑스 출신으로 현재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로, 20여 년간 프랑스 및 유럽의 공공사업에 참여해 도시 아이덴티티와 컨텍스츄얼한 사인체계(Contextual Signage System)를 작업해왔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성장한 그는 두 나라의 문화와 언어 사이를 유랑하며 서로 다른 차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스위스 취리히 응용미술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한 후 프랑스 리옹으로 건너가 그래픽디자인과 건축 등 여러 학제들과의 실험적인 협업을 시도하였다. 그가 즐겨 말하는 ‘다학제성(pluridisciplinarity)’은 모든 작업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이다. 그런 개념에서 시작된 ‘엥테그랄 컨셉((Intégral Concept)’ 스튜디오는 파리와 취리히를 비롯한 전 세계 도시로 확산되어 ‘엥테그랄 루에디 바우어 에 아소시에(Intégral Ruedi Baur et Associés)’란 이름의 독립 스튜디오들로 결실을 맺었다. ‘엥테그랄’은 ‘통합’을 의미하며, ‘엥테그랄 루에디 바우어 에 아소시에’는 ‘루에디 바우어와 그의 협력자들’을 뜻한다. 이 스튜디오는 하나를 창출하기 위해 서로 다른 것이 결합되는, 즉 디자인과 타 학제간의 연대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엥테그랄 스튜디오는 여러 영역 간에 위계구조를 무시한다. “자기 스스로를 전문가로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문제가 생기면 다같이 일을 한다.”는 그의 말 속에서 이것을 엿볼 수 있다.
1998년 당시 파리 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퐁피두센터는 공간 리노베이션과 함께 새로운 분위기를 디자이너에게 요구했다.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은 퐁피두센터는 다양한 인종과 언어, 그리고 문화가 공존하는 국제적인 장소이다. 이곳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작업에 참여한 루에디 바우어는 사인 체계를 새롭게 디자인했는데, 벽이나 바닥 대신 공중에 떠 있는 사인 등으로 차별화했다. 그는 공공디자인의 중요성이 유사성이 아닌 차별성에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그는 퐁피두센터의 사인 그래픽에 다문화성을 반영해 다양한 언어로 제작하고 이를 중첩시켜 입체적인 건축 요소로 강조했다. 또한 공간의 용도에 따라 센터 1층 로비에 사인물을 많이 배치하다가 위로 올라갈수록 이를 줄여나갔다. 현재는 퐁피두센터의 사인 그래픽은 새로 교체되어 그의 작업을 볼 수 없지만, 여전히 퐁피두센터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강렬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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